{ 2009년의 쌍둥이자리 유성우가 있었던 새벽에 쓴 글을 이제 올립니다. }
사실은 공림사로 가려 했습니다. 차안의 널부러진 네비게이션을 보니까 망설여지더군요. 시거잭 전원 커넥터에 문제가 있어서 며칠 전부터 작동하지 않습니다. 공림사까지의 많이 구부러지고 3차원적으로 전개되는 복잡한 길들이 떠올랐습니다. 가려면 못 갈 곳도 아니건만 어찌 이렇게 쉽게 마음 속에서 밀려나는지..
집에서 20분 거리에 공원묘지가 있습니다. 청주 근처에서 믿을 수 없을만큼 하늘이 좋습니다. (이런 표현은 늘 상대적이라는 데 주의해주시리라 믿습니다 ^^) 하지만 사진기가 설치될 수 있는 요소마다 근처 공장에서 운행하는 트럭이 강렬하게 빛을 비추는 곳이기도 합니다.
머리 속에선 같은 산의 중턱에 있는 절 하나로 더듬어 올라갑니다. 아홉시가 다되어 사찰에 전화를 하는 무례를 범했습니다. 퉁명스럽게 전화를 끊긴 하셨지만 그래도 쫓아내진 않으시리라 하는 생각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사찰로 가는 길을 따라 집을 떠난지 고작 3분쯤.. 미호천의 다리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넓은 강폭, 우거진 갈대, 수면 위로 잔잔하게 명멸하는 은은한 불빛들.. 광시야 촬영에 도움이 되는 많은 아름다운 요소들이 있었습니다. 강변에 주차하고 이곳 저곳을 옮겨다니며 앵글을 재어보았습니다. 터를 잡은 곳은 충북선 교량 바로 아래.. 누군가 나쁜 일을 할 만한 곳이라는 방정맞은 생각을 하면서 좋은 일을 할 장소를 정했습니다.
바람따라 운치있게 흔들거리는 갈대 너머로 수면이 영롱하게 보이는 곳에 두대의 사진기를 설치했습니다. 한 녀석은 강을 바라보는 시야 한 켠으로 볼록거울을 통해 후방의 도로와 하늘을 보도록 했고, 다른 한 녀석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거대하게 돌아갈 바퀴 아래로 갈대들이 흔들거리도록 설치했습니다. 렌즈는 2.8의 밝은 것 하나와 4.0의 평범한 것 하나... 둘다 광시야 촬영에 좋은 광각렌즈이지만, 4.0의 밝기는 분명 문제였습니다. 4.0 렌즈의 밝기를 어떻게든 보상하기 위해 바디를 냉각기가 장착된 것으로 사용했습니다. 냉각기로 바디를 냉각시켜주면 노이즈가 크게 억제되기 때문에 ISO 1600으로도 의미있는 사진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주변을 운행하는 자동차의 전조등에 의한 문제, 그리고 가로등에 의한 플레어 문제를 보정하기 위해 초기 20분 가량을 보내고 드디어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처가 보온병에 넣어준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며 강변을 바라보다가 파이어볼(아주 밝은 유성)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마침 제가 설치한 방향으로 떨어져주니 얼마나 기특한지... 마치 월척을 낚은 낚시꾼처럼 쾌재를 부릅니다.
시간은 흐르고... 저는 몇번의 위치와 화각 변경을 시도합니다. 전원과 메모리 용량 문제에 골치를 앓기도 하죠. 8기가 바이트의 용량을 가지고도 'CF Full'이 되어 파이어볼을 놓치고 나면 참 속상합니다. 그래도 눈으로 봤으니 좋았지~라고 애써 위안하지만... ^^
이 유성우는 분명히 사자자리유성우와 달랐습니다. 대기를 호젓하게 가르는 기품이 멋진 장면을 연출합니다. 소원을 빌 시간이 더 길어집니다 ^^ 찰나처럼 하늘을 할퀴고 지나가면서 대기에 남기는 사자자리유성우의 잔상도 신비롭고, 유유히 핵의 움직임마저 보여주는 슬로비디오의 쌍둥이자리 유성우도 멋집니다.
오늘도 날씨 좋으면 미호천을 다시 찾으려 했지만 사진기 하나는 반납해야 했고... 하늘엔 구름이 오락가락 합니다. 아마도 다음 촬영은 내일 미호천에서 또는 모레부터 순천만이나 지리산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
조영우
어스블로그 | 푸른행성의 과학 | Youngwoo Cho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