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사)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경기, 서울, 인천 지부의 관측회가 소백산에서 있었습니다. 겨울 밤하늘의 끝자락을 마지막으로 놓아주는 아쉬운 관측회였습니다. 세 지부의 성인 회원 뿐 아니라 청소년과 어린이 회원들도 참가하는 행사였지만, 소백산의 눈길을 등반하는 쉽지 않은 여정인데다 정상의 강풍과 혹한과도 싸워야 해서 걱정이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만큼 관측 안전을 위한 노력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수도권의 각 지역에서 출발한 회원들은 정오에서 오후 1시 사이에 죽령휴게소에 모여들었습니다. 소백산에 올 때마다 들르는 식당에서 점심을 하고 소백산 천문대의 픽업 차량에 관측 장비를 모두 실은 다음 바로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날씨는 예상보다 너그러웠습니다. 바람도 순했고 온도는 봄 마냥 훈훈하다 느낄 정도였으니까요. 마침 CJB 대전 SBS 뉴스투데이 팀에서 나와 죽령휴게소부터 회원들의 여정을 촬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린이들에게는 소백산 천문대의 차량을 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젠을 선물받은 녀석들은 그걸 사용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벌써 며칠을 설레이던 참이었으니 그 먼 길이 당장 마음 속에 들어올 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진에서 보다시피 설레임이 근심으로 바뀌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비탈길을 뛰어 올라가더니 그럴만한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이내 좀처럼 겪어보지 못했던 신체적 고통을 느끼면서, 그것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에 좌절했을 것입니다. 50m의 거리마다 이런 일이 되풀이 되더니 300m도 못올라가서 아이는 이렇게 주저 앉습니다. 표정에는 근심이 드리워집니다. 저는 '원재'와 함께 맨 뒤로 쳐졌습니다. 원재에게는 아이젠이 더이상 설레거나 재미있는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상황에 잘 적응합니다. 몸과 마음이 상황에 맞게 강해지면서, 여전히 50m마다 쉬고 푸념을 늘어놓지만, 스스로 점점 편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럴 무렵 풍기가 내려다 보이는 쉼터에 도착했습니다. 아이는 편하게 앉아 쉴 곳이 있다는 사실에 무척 기뻐합니다. 그리고 풍경이 멋있다고 말합니다.
제2연화봉은 멀리서도 쉽게 보입니다. 아이는 그곳이 도착지인지 자꾸 묻습니다. 그 때마다 대답을 고민하다가저 너머로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 대답에 원재는 한숨으로 답변합니다.
힘든 여정에 눈싸움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잰 손놀림으로 만들어 던지는 눈덩이를 피하면서 원재는 처음의 힘들었던 기억과 지금의 고단함과 앞으로의 시름을 잠시 잊습니다. 그리고 더 큰 용기를 얻은 듯이 아까와는 사뭇 다르게 걸어 올라갑니다. 그러더니 이렇게 늠름하게 제2연화봉에 도착했습니다. 원재는 큰 성취감을 느낀 듯했습니다. 고지 하나를 점령했다는 사실을 축하해주고 기념 사진을 찍어주었습니다.
제2연화봉을 돌면 토성 쉼터가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목적지인 단양 풍경과 함께 소백산 천문대와 연화봉이 시원하게 보입니다. 그리고 갈 길이 그만큼이나 멀다는 사실도 쉽게 깨닫습니다.

제2연화봉을 돌면 한동안 내리막길입니다. 원재는 오르막길보다 내리막길이 훨씬 편하다는 사실에 감탄을 합니다. 맞장구를 치며 신기해해주었습니다.
죽령 휴게소를 떠난지 3시간이 지나 해가 질 무렵이 되어서야 천문대에 도착했습니다. 천문대에 들어서기 전 뒤를 돌아보며 제2연화봉의 노을을 바라봅니다.
이제 날씨만 좋으면 되는데, 하늘은 꾸물꾸물 거리며 달만 간신히 보여줍니다. 위성 사진을 보며 자정을 지나면 맑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며 작은 강연회를 만들었습니다. 원치복 이사께서는 달의 지형에 관하여, 박종현 정보국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WWT(Worldwide Telescope)에 대하여, 그리고 저는 밤하늘 촬영에 관하여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바라던 대로 하늘이 맑아졌습니다. 바람은 부는 듯 마는 듯하고 온도는 준비해간 방한복으로 여유있게 견딜만 했으니 그보다 좋을 수 없었습니다. 회원들은 쌍안경과 망원경을 들고 뜰로 나와 설레임과 탄성 속에서 소백산의 밤하늘을 마주 하였습니다. 그 사이 저는 촬영 장비를 들고 연화봉으로 향했습니다. 깜깜한 길에 헤드랜턴만 달고 눈길을 저벅저벅 걷는 소리가 산에 메아리 치는 듯했습니다. 갑작스레 등골이 오싹해지기도 여러번. 그러던 중 몸을 돌려 천문대를 바라보니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연화봉 바로 아래에서 삼각대와 카메라, 이슬 방지 장치, 혹한용 장시간 배터리 장비를 설치하고 이렇게 앵글을 잡았습니다. 이 사진은 해뜨기 직전인 새벽 5시 35분께 유성이 떨어질 때의 모습입니다. 가까운 곳의 건물은 소백산 천문대이며, 그 너머 멀리 보이는 봉우리(제2연화봉)의 건물은 기상레이더 기지입니다.
천문대의 밝은 빛은 천문대가 사진에서 강조되어 나오게 하려고 제가 헤드랜턴을 들고 다니며 비춘 흔적입니다. 밤하늘에는 아름다운 별자리가 수놓아져 있습니다. 바늘땀을 따라 선을 긋고 이름을 적어보면 이렇습니다.
1월 28일 새벽 한시부터 아침 7시까지 촬영한 957장의 사진을 이용하여 영상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유성은 동영상이 재생되고서 1분쯤에 보입니다. 40초께부터 보이는 산등성이를 따라 이동하는 불빛은 해돋이를 보기 위한 등산객들의 불빛입니다. 이 불빛이 보이기 시작한 때가 새벽 네시쯤이었습니다. 영상에서 별의 자취는 꼬리를 늘어뜨린 유성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별의 자취에 특수 효과를 가한 것이며 유성과 관계가 없습니다. 유성은 재생 후 1분께인 새벽 5시 35분 쯤에 한번만 나타납니다.
소백산에는 이렇게 다시 아침이 밝아옵니다. 회원들은 밤새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아침이 지나 하산길에 나섭니다. 아이들은 어제보다 훨씬 더 늠름해져 있었습니다. 다음은 소백산을 떠나며 바라본 두 장의 연화봉과 소백산 천문대 사진입니다.
조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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