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가동 중인 외계의 지적 생명체 탐사(SETI;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프로젝트들은 대개 ‘액체 상태의 물’을 찾기 위한 노력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금껏 이룩한 과학의 토대에서 볼 때 액체 상태의 물이 생명체의 태동에 가장 훌륭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화성의 표면을 처음으로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되었을 때, 화성에서 물이 흐른 듯한 수로들을 찾아내고서 사람들이 그렇게 흥분했던 것도 역시 물의 존재가 생명체의 존재를 나타낸다고 믿었기 때문이지요. 지구의 생명체가 바다에서 발생하여 대부분의 시간을 바다 속에서 진화하여 왔으며, 그 생명 활동 역시 물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사실만 보아도 물의 중요성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행성이 중심 항성에서 너무 멀거나 가깝게 있다면 물은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항성 둘레에서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거리의 범위를 일컬어 “생명가능지대(habitable zone)"*라고 합니다. Habitable Zone을 다른 분들이 뭐라고 번역할 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냥 생명대라고 하겠습니다. 생명가능지대는 외계의 지적 생명체 탐색 또는 지구인의 이주 프로젝트에 관하여 이야기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개념입니다.
태양계에서 생명가능지대는 현재 0.95 AU에서 1.37 AU 사이입니다. 다시 말해, 태양에서 0.95 AU-1.37 AU 사이에 있는 행성은 액체 상태의 물을 가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지요.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1 AU 거리에 있으니 분명히 생명가능지대 안에 있습니다. 햇살에 반짝이며 넘실거리는 강과 푸른 보석 같은 호수, 그리고 아름다운 쪽빛 바다는 지구가 생명가능지대 안에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지요. 이렇게 보면 우리가 마치 필연처럼 여겨지는 엄청난 우연 속에서 살고 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금성은 태양에서 약 0.7 AU의 거리에 있습니다. 아쉽게도 생명대를 살짝 벗어나 있네요. 아닌 게 아니라 금성에서는 아직까지 물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대기 속에 풍부한 이산화황과 결합하여 황산 구름을 형성하고 있는 물 분자만이 검출되었을 뿐입니다. 금성의 대기압은 지구 대기압의 95배 정도 되는데다 대기의 주성분이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온실 효과(greenhouse effect)가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그 결과 금성 표면의 평균 온도는 거의 500℃에 육박합니다. 결과적으로만 보면, 이러한 환경에서 액체 상태의 물을 찾는 것은 넌센스일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생명가능지대의 안쪽 경계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생명가능지대의 바깥 경계에서는 물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마저도 얼어붙어 온실 효과가 사라집니다. 화성은 태양에서 약 1.5 AU의 거리에 있으니 생명가능지대의 바깥 경계를 벗어나 있는 거죠. 화성의 북극과 남극의 표면에는 극관(polar cap)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성분을 조사해 본 결과 극관은 물과 이산화탄소가 얼어붙은 집합체로 밝혀졌습니다. 화성이 생명가능지대의 바깥 경계를 벗어나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흔적입니다. 화성에서는 물이든 이산화탄소든 생명체가 존재하기에 적합한 상태로 존재하질 않습니다.
한편, 생명가능지대는 중심 항성의 광도(luminosity)에 따라 달라집니다. 중심 항성의 광도가 클수록 생명가능지대는 더 바깥쪽으로 옮겨가며 그 폭도 더 커집니다. 다음 그림은 현재 태양계의 생명가능지대를 나타냅니다. 지구만이 생명가능지대에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NASA
- 용어를 바꾸었습니다 : 생존 지대 --> 생명대 (2007.07.05)
- 용어를 바꾸었습니다 : 생명대 --> 생명가능지대 (2015.03.03), 학교 교육과정에서 이 용어를 정의하여 사용하기 시작함.
푸른행성의 과학 :: http://www.skyobserver.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