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대수능 19번 문항 해설 (지구과학I)
1. 서론
지난 11월 23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번에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 지구과학1의 19번 문항에 대한 문항오류를 공식 인정하였습니다. 애초에 3번으로 발표하였던 답을 1번과 3번의 복수 정답으로 정정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학생들은 이 문항을 어떻게 이해하고 풀어야 하는지가 중요해졌습니다. 이것이 이 글을 작성하는 첫 번째 목적입니다.
이 글을 작성하는 두 번째 중요한 목적은 학생들을 지도해야 하는 선생님들께서 미리 준비해야 할 기초 자료를 제공하는 데 있습니다. 많은 선생님들은 이 문항에 나오는 일식의 지속 시간 개념이 교육과정을 벗어났으며, 이로 인해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이 개념을 교육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과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걱정하십니다. 저 역시 이에 공감하면서 이 글을 준비하였습니다.
이 문항의 오류와 관련된 발표와 여러 의견들에 대한 저의 의견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이 문항은 고등학교 교육과정 수준에서는 오류가 아니나, 계산에 의할 때만 오류이다'라는 의견은 옳지 않습니다. 이 문항의 첫 번째 문제는 당시의 고등학교 교육과정 수준을 벗어났다는 것이며, 두 번째 문제는 논리적으로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계산 결과가 무엇을 지지하느냐의 여부는 이 문항에서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두 가지 이유, 1) 교육과정 수준 오류와 2) 논리적 판단 불가의 두 가지 이유만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은 'ㄱ'과 'ㄴ'이 옳다고 생각하여 답을 3번으로 선택하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학생들이 교육과정 수준을 넘어서는 문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에서 '그릇된 상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그 상식이 그릇된 출제 의도와 잘 부합했기 생긴 일입니다.
이 문항의 보기에서 'ㄱ'은 옳고 'ㄷ'은 틀렸으며 'ㄴ'은 판단불가입니다. 따라서, 이 문항의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복수정답을 용인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올바른 해결책은 아닙니다. 문항에서 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문항오류입니다. 구체적인 이유는 아래 본문에서 설명하겠습니다.
2. 본론
저는 이 글에서 이 문항의 보기 ㄴ이 주는 의미는 무엇이며 왜 오류인지에 대해 살펴보고, 학생들이 앞으로 이런 문항을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다음은 문제가 된 19번 문항입니다.
이 문항에 대해 가장 많은 학생들은 3번을 답으로 선택했습니다. 이것은 애초에 평가원이 제시한 답과 일치합니다. 3번을 답으로 선택한 학생들은 보기 ㄴ에 대해 "아무래도 부분일식 지점보다 개기일식 지점에서 일식의 지속 시간이 더 길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문항의 출제 의도 또한 학생들이 그런 기준에 근거하여 판단하기를 바랬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러한 판단 기준은 불완전하며 잘못된 결과를 얻게 합니다. 좀 더 완전하게 판단하려면 "일식의 지속 시간은 최대 일식 지점 근방에서 가장 길고, 그곳으로부터 멀어질수록 대체로 감소한다"라고 생각해야 합니다(대체로를 생략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일식의 지속 시간을 결정하는 요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skyobserver.net/71147
문제가 되는 것은 보기 ㄴ입니다. 일식의 지속 시간을 물었는데, A는 개기일식 지점, B는 부분일식 지점입니다. 개기일식 지점에서는 달이 해를 부분적으로 가리기 시작하다가 점점 진행된 후 완전히 가리고, 그 다음 해가 서서히 다시 드러납니다. 부분일식 지점에서는 달이 해를 최대로 가린다 해도 완전히 가리지는 못합니다. 두 지점의 일식 지속 시간을 비교해야 하는데, B 지점에서는 개기일식이 일어나지 않으며, 질문 내용도 개기일식으로 국한하지 않았으므로, 전체 식이 시작되었다가 종료되는 데까지 걸리는 전체 시간으로 비교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두 지점 A와 B 중 어느 곳에서 지속 시간이 더 길까요? 결론부터 말해서 판단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보기 ㄴ의 오류입니다. 언론에 발표된 바에 따르면, 계산 결과가 집중 조명되고 있지만, 사실 계산 결과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수험생이 시험을 치르는 동안 그런 종류의 계산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계산 결과가 어떤지는 고려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오로지 논리적으로 판단 가능한지만 살펴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문항이 왜 논리적 오류인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일식의 지속 시간"에서 알아본 것처럼 일식의 지속 시간은 ① 식중심선에 가까울수록 증가하며, ② 식중심선 방향을 따라 최대일식지점에 더 가까울수록 더 증가합니다. 문항에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2009년 7월 22일의 최대일식지점은 서태평양에 위치합니다.
A 지점은 식중심선에 있으므로 첫 번째 근거로만 살펴보면 일식의 지속 시간은 B보다 A에서 더 깁니다(A > B). 하지만, B 지점이 A 지점에 비해 식중심선 방향을 따라 최대일식지점에 더 가까우므로 두 번째 근거로만 판단하면 일식의 지속 시간은 A보다 B에서 더 깁니다(A < B). 두 가지 요인이 상충하고 있으며, 어느 것이 더 우세할 것인지 판정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보기 ㄴ은 "계산 결과와 관계없이" 판정 불가 항목이 되는 것입니다. 설사 계산 결과 A 지점에서 지속 시간이 더 길었다 하더라도 보기 ㄴ의 논리적 오류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식의 지속 시간을 결정하는 두 변인. 19번 문항의 경우 두 변인이 서로 상충하여 작용함>
사실 지난 개기일식 캠페인에서 일반에게 공개된 일식진행도에 개기일식 지속 시간이 동쪽(최대일식지점 쪽)으로 갈수록 증가하는 것이 잘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를 주의깊게 본 학생들이라면 보기 ㄴ에 대해 충분히 의문을 품었을만합니다.
3. 결론
이 문항의 출제 구조를 과학 탐구와 관련하여 알아보면 문제가 좀 더 명료해집니다. 이 문항에서 종속 변인은 일식의 지속 시간이며, 이을 결정하는 독립 변인은 앞서 말씀드린 두 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문항의 경우, 두 가지 독립 변인 중 하나는 통제하고, 나머지 하나만 조작하여 종속변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B 지점이 식중심선의 어느 한 곳에 위치한다면, 첫 번째 요인은 고려할 필요 없이(통제) 두 번째 요인만으로(조작) 판정이 가능해집니다. 출제의 전제가 달랐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19번 문항의 경우 이러한 변인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두 개의 독립변인이 모두 조작변인으로 기능하는데다, 서로 상반되게 기능하기 때문에 종속 변인에 미치는 영향을 판정할 수 없었습니다.
* 언론 보도 사항에 대한 정정. 언론에 보도된 내용 중 학생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내용이 있어서 바로 잡습니다. 어떤 언론 보도에 따르면, 19번 문항의 보기 ㄴ이 '이론적으로는 맞지만 과학적 사실로 볼 때 틀렸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계산 결과로부터 알 수 있는 과학적 사실이 틀렸을 뿐 아니라 논리적으로 검증해볼 수 없으므로 이론적으로도 맞지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일식의 지속 시간에 영향을 주는 변인은 교육과정에서 다루어지지 않습니다. 선생님들도 일식의 지속 시간을 명시적으로 다루어본 적이 거의 없으실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3번을 답으로 선택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교육과정을 통해 교육받은 결과라기보다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체득한 과학 상식에 기반한 것입니다. 하지만, 일반 과학 상식에는 많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성숙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얻는 지식은 학생들이 과학적으로 성장하는 가장 중요한 기반인 이면에 가장 주요한 오개념의 출처이기도 합니다. 그것이 오개념으로 작용한 사례가 19번 문항의 ㄴ인 것입니다.
지구과학이 현상을 다루는 교과이므로 학생들이 지구과학과 관련하여 자연 현상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19번 문항은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그러한 소재를 다룸에 있어서 교육과정과의 연관성을 잃지 않는다면, 학생들의 탐구 능력을 평가하는 더 좋은 척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문헌

이 글을 읽기 전에는 자칫 학생들에게 오개념을 심어 줄 수 있겠군요.
자세하고 정확한 설명에 감사드려요...^^